지난 19일 고려대사대부중을 찾은 엔비전스 송영희 대표. /김시아 기자

지난 19일 서울 고려대사대부중 2·3학년 대상으로 이루어진 코스리 ‘진로 체험 교육’에서 36명의 강사가 사회책임(SR)을 곳곳에 전파하기 위해 자리했다. 이 중 ‘어둠 속의 대화’ 전시회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엔비전스 송영희 대표가 2학년 5반 30명의 아이를 교육했다. 다음은 강연 전문.

송 대표: 반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은 누군가?”

학생:“강○○!” 아니! 이△△!”

송 대표: “그렇군. 나도 함께 볼 수 있으면 행복할 텐데 시각 장애가 있어서 학생들이 지금 안 보인다.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은 학생들이 소리를 많이 내주시는 것이다.”

학생: 와! 아아.”

송 대표: 하하. 정말 고맙다. 한가지 질문을 줄게. 성격은 우리가 스스로 정할 수 있나? 성격은 과연 타고날까? 그럼 꿈은 어떤가? 꿈이라는 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지나?”

학생: “그렇다.”

송 대표: “그럼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겠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가수가 누구지? 한 사람인가? 혹은 여러 사람인가? 다들 생각한 가수가 다를 것이다. 그렇듯 같은 질문에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상상, 다른 답변을 한다. 혹시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에 가보신 적 있나?”

학생: “있다.”

송 대표: “오, 언제 가봤나?”

학생 “작년에 반에서 다 같이 갔다.” “우리 반도 마찬가지로 같이 갔다.”

송 대표: “어둠속의대화라는 전시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사회적기업인데 이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여러분께 말하겠다. 정확하게 고교 때  시력을 잃었다. 그 전까지는 시력이 좋았다. 활동적이었고 운동도 좋아했고,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려서 미대에 가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베체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나 증상들에 이 이름을 붙인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원인을 정의하지 못하는 거다. 그렇게 시력을 잃고 나서 그 전까지 갖고 있던 방향이나 목표가 전부 달라졌다. 시력이 나빠지면서 처음 경험한 게 뭐냐면, 색이 변한다는 것이다. 색깔들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색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학생: “모르겠다.”

송 대표: “가시광선이 물체에 반사되고 흡수되며 눈에 보이는 게 색이다. 이렇게 색이 보여야 하는데 나는 반사되는 색들을 인지를 못한다. 어떤 날 화실에서 그림에 파란색을 칠해야 해서 파란색을 칠해놨는데 교사가 제 뒤통수를 치면서 ‘너 색을 왜 그렇게 칠했냐’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파란색, 다음에는 노란색, 다음에는 밝음과 어두움, 그렇게 ‘내가 색을 못 보는구나’라고 알게 되는 과정이 서서히 왔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 왔다. 재밌는 건 시력을 잃어갈 때 꿈을 꾸면 꿈에서는 시력이 좋았을 때랑 똑같이 꿈을 꿨다. 그런데 서서히 이제는 꿈속에서도 안 보이기 시작했다. 무척 실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서 ‘시각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라고 했다. 그게 피아노 조율사였다. 피아노 건반은 몇 개일까?”

학생: “48개.”

송 대표: “48개? 허허 그것밖에 안 될요?”

힉생: ”88개인가?”

“맞아. 88개야. 그런데 음을 만드는 피아노 현들은 200개가 넘는다. 피아노 안에 있는 해머가 피아노 현을 ‘퉁’하고 때리면서 우리가 듣는 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피아노 조율사는 그 안에 있는 현들의 장력으로 조정해서 음을 맞춘다. 소리를 듣고 맞추면 되니까 눈이 보이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라디오에 그걸 소개한 사람은 시각 장애인은 아니었다. 작곡가인데 프랑스에서 피아노 조율에 대해 배울 때 자신을 가르친 사람이 시각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그 얘기를 한 것이다. 그 라디오를 듣고 바로 방송국에 전화했다. 결국은 그는 나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그는 내게 피아노 조율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6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고 일도 생겼다.”

학생: “장애인 밴드도 만들었다는데…”

송 대표: “피아노 조율을 하니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작은 것 하나였지만, 나름대로 성취였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2년 정도 기타를 쳤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 경험을 살려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8년 동안 있으면서 앨범도 3장 정도 냈다.”

학생: “우와.”

송 대표: “하하. 그런 작은 도전들과 하나하나의 성취가 내 안에 자신감이라는 형태로 쌓여갔다. 그러던 와중 피아노 조율하는 일을 그만두게 됐다. 시각 장애가 있다 보니 남들은 두세 군데 갈 수 있는 일을 나는 하루에 두 군데 정도밖에 못 갔다.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즈음에 정부에서 어떤 연구 사업을 했는데 시각 장애인을 컴퓨터 속기사로 키우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2년 정도에 훈련해 3급, 2급이라는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따서 서울 서초동의 몇몇 사무실에 속기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시각 장애 때문에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학생: “정말 가슴 아프다.”

송 대표: “그러던 와중에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를 알게 되었다. 나도 여러분처럼 관람객으로 관람하러 갔다. 처음 관람을 했을 때 그 어둠 속에서 대화하고 웃고 상상하고…. 그건 마치 시력을 잃기 전에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있었을 때의 행복이 느껴졌다. 그래서 무작정 그 회사를 찾아갔다. 사장에게 ‘일을 해보고 싶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대화하고 만나는 일이 너무 좋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래, 한 번 와서 해봐라’고 했다. 그렇게 오전에는 속기사일 하고 오후에는 어둠속의대화 전시장에서 일했는데 오후마다 너무 행복했다. 결국 그 전까지의 직업을 다 내려놓고 그 회사로 들어갔다. 일을 즐겁게 하다가 어느 순간 부장이 됐다. 그런데 부장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회사가 망했다. 당시 사장은 회사를 떠났고, 나를 포함한 몇몇이 다시 모여서 ‘우리가 하자. 한 번 해보자. 그래서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어렵게 어렵게 기획서를 만들고,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운 좋게 투자자를 만나 지난 2009년 3월 엔비전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10년 상설전시장을 열고 현재까지 잘 진행을 해오고 있다.”

학생: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나?”

“회사는 시각 장애인을 고용한다. 시각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직업을 갖고 활동하더라도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다. 내가 지난 08년 어둠속의대화에서 희망과 행복을 찾은 것처럼, 다른 시각 장애인들도 그와 같은 행복을 얻기를 바란다.”

한국 ‘어둠 속의 대화’ 누적 관람객은 30만 명으로 전 세계 3위다. 사진은 전시에 대한 소개. /엔비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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