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베테랑의 명 대사 / 영화 캡쳐

영화 ‘베테랑’은 개봉한 지 2년이 넘은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영화흥행 꿈의 숫자인 관객 천만 명을 훌쩍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마냥 쏟아지는 새로운 영화를 감안하면 관객의 머리에서 잊힐 만한 세월이다. 그러나 다시 이 영화를 꺼내 보게 만든 사건이 터져 버렸다.

모 그룹의 아들 얘기다. 이 그룹의 자제분들은 언론 경제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자주 올라오는 단골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갑질을 한 모양이다. 폭력도 행사한 걸 보니 조용히 덮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한 번이었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으련만…. 당사자인 아버지이기도 한 모 그룹 총수의 토로대로 ‘자식은 내 맘대로 안되는’ 모양이다.

사실 40대 넘어가는 남자들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필자의 은사였던 연극과 교수가 수업 중에 한 말이 있다. “남자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재밌단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흥미진진한데 뭐하러 돈 내고 영화관에 가서 보겠니?”
하긴 그렇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해 보면 매주 엄청난 사건 사고가 우리를 뉴스에서 떨어지지 않게 했으니…. 드라마 시청률이 확 떨어졌다지 않는가?

영화 ‘베테랑’은 그런 면에서 현실보다 더욱 독하게 시나리오를 쓴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광역수사대. 역시나 형사물이다. 솔직히 영화판의 시나리오 작가치고 형사물 한번 안 써본 사람 없고, 실감 나는 각본을 쓰기 위해 형사기동대에서 숙식을 함께한 작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영화 소재의 화수분인 곳이 바로 경찰서다.
서도철 경사(황정민분)는 베테랑 형사다. 우연히 영화 자문을 맡았던 인연으로 재벌 그룹 3세이며 기획실장인 조태오(유아인분)를 알게 된다. 여기서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된다. 서경사와 평소 알고 지내던 트레일러 기사(정웅인분)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조태오를 직접 찾게 되고 여기서 불상사가 생기고 만다. 조태오는 심기가 불편하던 차에 찾아온 기사를 때려 숨지게 하고 자살로 교묘히 위장한다. 여기까진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사건이다. 그런데 일개 수사대 형사가 재벌 3세를 끈질기게 수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영화는 오히려 영화다워진다. 어디 현실에서 형사가 대재벌 손자에게 수갑을 들이댈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국민들은 재벌을 예쁘게 보지 않는다. 재벌의 성장 역사 때문에 그렇다. 랩퍼로 유명한 도끼가 제아무리 사치와 허세를 부려도 그 까다로운 네티즌들이 너그럽기만 이유가 있다. 부의 축적과 성장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들도 나름 열심히 해서 번 것은 인정하나 국민들의 세금 지원과 정부의 비호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 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리라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좀 더 ‘노블레스 오블리주’ 해 주길 기대한다. 그래도 해외 나가면 우리 대기업 로고가 박힌 선전탑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국민들이기에 이제는 조금 더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들을 감동 시키는 일을 해줬으면 하는 거다.

서도철은 추격전 끝에 결국 조태오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 ‘베를린’을 찍고 ‘베테랑’으로 대 사회발언을 마무리했다.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다소 심심한 작품 소감을 피력했다. 대신 영화에서 서도철이 투덜대며 내뱉은 한마디가 이후 내내 유행어가 되었다. 나 역시 많이 유용하게 써먹고 다녔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제 우리 대기업들도 ‘돈 있으면 가오 살려’ 가치 있게 쓸 때가 온 거 같다. 한 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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