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영 기자.

[김애영 기자] “그동안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지난 2011년 32세의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씨는 유언처럼 이웃에게 쪽지를 남기고 지병과 굶주림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최씨는 촉망받던 작가였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었고 영화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도 맺었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열정도, 재능도 밥 먹여주진 못했다. 결국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배고픈 예술인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예술인 복지법, 일명 ‘최고은 법’을 낳았다. 그러나, 최고은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고 있음에도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 조사 따르면 여전히 1년간 수입이 없는 예술인이 36.1%에 달했고 연 500만 원 미만의 수입을 얻은 예술인도 18.9%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자아실현과 돈, 즉 밥벌이일 것이다. 그러나 직업이 예술가란 것은 우아한 자아실현은 가능할망정 처절한 밥벌이가 보장되지는 못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더구나 그 예술인이 장애인이라면 사정은 더욱 딱해진다. 지난주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들은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학교는 보내야 하지 않느냐 물었다가 싸늘한 야유를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장애가 죄가 되어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 밥그릇을 챙기는 데 연연하는 사람들의 이 같은 편견과 멸시는 장애인이 직업을 얻는 데에도 거의 늘 똑같이 적용됐다.

그런 점에서, ‘서초 한우리 윈드 오케스트라’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월 7일 서울시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 연주회를 했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예술적 재능을 가진 발달 장애인을 직업 예술인으로 키우고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하기 위해 창단된 예술단이다. 현재 18세에서 28세 사이의 12명의 발달 장애인과 6명의 비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현재 활동 보조비로 월 20여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점차 정식 단원으로 채용하는 인원도 늘리고 급여도 최저 급여 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관내 기업들의 후원도 받을 계획이라 한다. 창단 공연을 지휘한 이현주 음악 감독은 “10여 년 전부터 바라고 노력했던 일이다. 꿈만 같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더,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세상이어야 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이어야 한다. 장애인 예술가들도 당연히 자신의 재능만으로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발달 장애인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채용’한 지자체는 서초구가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들의 앙코르곡처럼 ‘아이 윌 팔로우 힘(I will follow him)’이라 부르며 따르길 바란다. 그리고 이날 공연의 합창곡처럼 우리의 사랑이 무릎 꿇은 어머니들을 위로해주고 그 자녀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하길 바란다.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 사랑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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