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로 알자
[(사)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사회책임협동조합 상임이사 문은숙]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 자선활동(Charity works)을 CSR 활동으로 여기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관련이 없진 않지만 CSR은 자선활동과 다르다. 최근에는 기업의 문화 마케팅을 CSR로 보려는 견해가 있다. 이 또한 관련이 없진 않지만 문화 마케팅이 곧 CSR이라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문은숙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ISO26000(사회책임국제표준지침)은 ‘기업의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책임지는 것’을 CSR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의 행동은 ‘사회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여야 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기대를 고려’하여야 하며, ‘해당하는 법과 국제 규범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 ‘조직 전반과 조직의 관계 속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먼저 법이나 국제 규범을 어겨서는 안 되며, 고객 등 이해 관계자의 기대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인권이나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투명하지 않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CSR 활동을 한다고 홍보하는 기업이 많다.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로 문화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더 많다. 족벌 경영, 노조 탄압, 환경 오염, 위해 제품 생산으로 법과 규범을 어기는 기업이 벌이는 문화 마케팅을 CSR 활동으로 볼 수 있을까?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산업재해 근로자의 보상을 미루고 외면하려는 거대 기업의 문화 마케팅을 CSR 활동으로 볼 수 있을까? 재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적인 취미로 벌이는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을 CSR 활동으로 포장해도 될까?

CSR은 기업 본연의 활동을 말한다.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CSR의 원칙이다. 그리고 거버넌스(협치),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 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 사회 참여 등의 주제를 통합적으로 기업 경영에 반영할 때 이를 CSR이라고 한다.

ISO26000의 7가지 사회 책임 핵심 주제

ISO26000의 7가지 사회 책임 핵심 주제

기업의 문화 마케팅

기업의 문화 마케팅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2014년 문화예술지원활성화법(일명 기업 메세나법)이 제정되고 기업 문화 활동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면서 기업의 문화 마케팅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기업의 사회ㆍ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 마케팅은 주목받고 있다. 문화 마케팅이 기업에 주는 편익에 대한 실증적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덕분에 전문 컨설팅 회사가 등장했고, 정부는 문화 예술 우수 후원 매개 단체에 대한 ‘우수기관 인증 제도’를 만들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문화 예술 지원 활동으로 구축한 기업 이미지가 완충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문화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뿐 아니라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 전환과 위기관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의 다양한 문화 활동은 기본적으로 마케팅 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아예 CSR로 문화 마케팅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문화 마케팅은 CSR 활동이자 공유가치(CSVㆍCreated Shared Value)를 창출하는 활동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문화 마케팅을 함부로 CSR 활동과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CSR로서 기업 문화 마케팅

기업 경영에서 CSR의 원칙과 필수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서 문화 마케팅을 CSR 활동으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문화 마케팅을 CSR 활동으로 볼 것인지는 해당 기업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기업의 문화 마케팅이 CSR 활동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실제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하며, CSR을 표방한 만큼 목적의 부합성과 의도의 순수성이 지켜져야 한다. 기업의 활동과 행위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세

기업의 문화 마케팅은 사실상 그 자체가 사회적인 영향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해 관계자의 문화적 만족 정도도 중요하지만 더 핵심은 사회적인 이슈를 고려하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이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기업들이 이벤트나 공연을 자제했던 것은 문화 활동과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 사회 일원의 책임을 고려한 태도였다.

목적의 순수성

기업이 CSR 활동을 기업 이미지 개선이나 마케팅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CSR이 단지 마케팅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CSR을 표방하는 문화 마케팅이라면 ‘목적의 순수성’은 중요한 요건이 된다. 예를 들어 정치적 압력에 의해 추진되는 문화 예술 공연이나 스포츠 이벤트를 CSR 활동으로 볼 수 없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노력은 하지 않는 기업이 이미지 전환이나 정치적 특혜를 위해 문화 지원 활동을 기획했다면 이는 CSR 활동과 구분되어야 한다.

활동의 일관성

우리는 대기업 총수들이 법을 어겨 구속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짓밟거나 가맹 업체 갑질 논란을 빚는 기업주도 자주 접하게 된다. 주요 이해 관계자인 소비자나 지역 사회 기대 따윈 팽개친 기업도 등장한다. 이런 기업들이 이미지 광고와 문화 스폰서십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CSR 활동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 경영 활동과의 일관성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무리한 비정규직 운영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유통사가 ‘어려운 이웃 돕기 캠페인’을 하고, 담배 제조사가 ‘청소년 건강 캠페인’이나 ‘암 예방 캠페인’을 한다면 사회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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