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는 상장기업들에 ESG 정보 공개를 장려하고 있다. /KRX 제공

순이익이나 부채비율 등의 재무적 요소로만 기업을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 기업들의 영리 활동이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환경파괴 등의 사회 문제를 일으켰고, 이를 타개하고자 지속가능한 윤리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된 까닭이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로 나뉜다. 환경적 요소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이나 친환경 상품 생산 등을, 사회적 요소에서는 노동자의 인권, 다양성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혹은 지역사회공헌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지배구조 요소로는 이사회 구조와 책임성, 기업 정보공개의 투명성 등을 판단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외 ESG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사회책임투자(SRI)를 실시하기도 한다. 비재무적인 요소가 오히려 기업의 정량적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ESG 평가는 회사가 기업 활동에 대한 장기적 시각을 갖추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ESG 요소로 평가받는 구조 속에서 기업은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는 것이 ESG 평가의 큰 그림이다.

그렇다고 해서 ESG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SRI가 단순히 공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기부금과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SG 요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운영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회사 어네스트엔영이 320명 이상의 기업 고위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ESG 이슈에 대한 관심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리라 예측하는 사람이 89%였다.

2014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도 기업의 지배구조와 영업 이익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평가대상기업 640곳의 지배구조를 등급별로 나누고 평균 영업 이익률을 산출한 결과, 지배구조 등급이 높을수록 영업이익률이 높아져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SRI가 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뿐 아니라 매력적인 수익성 또한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이미 ESG 요소와 SRI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미국 사회투자포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ESG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비율이 60% 증가하였으며, 사회책임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기관의 자본금 규모는 약 22조 달러(약 2경4,800조 원)에 달한다.

또한, 자산관리회사 아라베스크에서는 전 세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분석 도구 에스-레이(S-ray)를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표준화된 지속가능성 정보들을 제공하며 관련 인프라를 쌓아간다.

한국에서도 ESG 요소를 고려하는 SRI를 활성화해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때 ESG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과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할 때에는 해당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했다. 이는 국내에서 SRI를 규정한 최초의 법이다.

이어 국민연금은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연구 중에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있는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이를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시장의 경영 감시 기능이 강화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KTX)는 2015년 유엔지속가능증권거래소(UNSSE)에 가입한 이후 상장기업들에게 ESG 정보 공개를 장려하고 SRI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ESG 통합 점수가 높은 기업 종목, 지배구조 점수가 높은 종목, 환경 점수가 높은 종목 등을 모아 신ESG지수를 개발했다. 지난해부터는 홈페이지에 코스피 상장사의 ESG 등급을 표시하여 SRI 촉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은 많다. 여전히 SRI와 관련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는 낮고, 국민연금의 SRI 비율 역시 늘지 않았다. 한국은 ESG 요소 중에서도 지배구조의 측면에만 특히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선순환적인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좀 더 성숙한 사고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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